2014년 6월 28일 토요일

"쌀밥만 먹어도 성인병·노화 막을 수 있어"

슈퍼쌀 연구 16년 … 방송대 류수노 교수

‘슈퍼 자미(紫米)’와 ‘슈퍼 홍미(紅米)’. 우리 주식인 쌀을 업그레이드시킨 ‘슈퍼쌀’이다. 이름대로 보라색과 붉은색의 웰빙 쌀이다.

여 기엔 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통하는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300여 종에 달하는 안토시아닌 중에서도 가장 항산화 효과가 크다는 C3G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요즘 국내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블루베리에 비해 안토시아닌 함량이 1.5배에 달한다. 일반 쌀엔 안토시아닌이 거의 없다.

쌀에 안토시아닌, 특히 C3G를 ‘장착(裝着)’하는 일이 수월했을 리 없다. 16년간 이 작업에 매달려 슈퍼쌀을 개발한 이가 류수노(58)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교수다.

그 는 슈퍼쌀 개발 과정에 대한 질문에 “실제 주역은 박순직(69) 전 방송대 농학과 교수”라며 공을 돌렸다. 그가 말한 박 교수는 통일벼를 개발한 허문회(2010년 작고) 전 서울대 농대 교수의 수제자다. 류 교수는 “박 교수가 육종의 국내 1인자”라며 슈퍼쌀을 박 교수의 기술과 자신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합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두 학자의 공헌도가 반반 정도인가.
“공의 70% 이상은 박 교수 몫이다. 하지만 그분은 공을 내세우려 하지 않았다. 자신을 특허자 이름에 포함시키지 말아 달라고도 요청하시더라. 6개월간 슈퍼쌀에 대한 특허 출원을 늦추며 박 교수를 설득했지만 굽히지 않으셨다.”

류 교수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던 1997년 국내에서 개발된 흑진주벼에 C3G가 포함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해에 그는 미래의 농업 먹거리를 찾아낸 것이다. 박 교수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썼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국내에선 벼의 이기작(二期作)만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겨울엔 필리핀 마닐라의 국제쌀연구소(IRRI)로 달려가 1년에 3번씩 쌀을 재배했다. 이를 통해 40년이 소요될 육종을 13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IRRI에서의 육종으로 슈퍼쌀을 탄생시킨 그는 최근 3년간 이를 충남 당진·천안의 농지에 뿌려 종자 수를 늘리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슈퍼쌀 먹으면 어떤 효과 있나.
“C3G 등 항산화 성분을 다량 섭취할 수 있다. C3G 함량이 흑진주벼의 10배 이상이다. C3G가 혈당을 낮춰 주므로 당뇨병 환자에게 권할 만하며 아토피 치료 효과도 있다. 감마오리자놀과 가바(GABA)도 슈퍼쌀을 먹음으로써 보충할 수 있다. 감마오리자놀은 노화를 지연시키고, 가바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면서 간(肝) 기능을 높이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高)지방 사료를 먹여 살을 찌운 실험동물에게 우리 슈퍼쌀과 그 추출물을 4주간 제공했더니 혈중 총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떨어졌다.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갔다. 이는 우리가 개발한 쌀이 비만과 혈관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슈퍼쌀의 종자 가격은.
“일반 쌀의 종자 값이 ㎏당 4000원 정도다. 슈퍼쌀은 1만5000원에 공급하고 있다.”

-연구비용이 상당했을 텐데.
“정부에서 16년간 총 50억여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방송대는 연구인력이 부족하지 않나.
“서울대 대학원 박사 과정 학생을 연구원으로 매년 채용했다. 슈퍼쌀 연구를 통해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4명의 박사 논문이 나온 것도 큰 보람이다.”

-일반 쌀 대비 슈퍼쌀의 수확량은.
“‘슈퍼 자미’의 생산력은 10a(약 300평)당 580㎏으로 일반 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슈퍼 홍미’는 10a당 수확량이 480㎏으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나.
“기 업체 3곳에 기술을 이전했다. 3년에 걸쳐 26억55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우리 팀이 개발한 7개 슈퍼쌀(품종) 중에서 2개는 기술 이전을 마쳤다. 슈퍼쌀은 미국·일본에 특허 등록이 돼 있다. 일본 업체와 슈퍼쌀 수출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다. 가을께엔 결론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소중한 자산인 기술 자체를 해외에 넘겨줄 순 없다. 지금까지 기업체로부터 기술 이전 성과금 54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슈퍼자미장학회를 설립했다. 현재 1억5000만원의 장학금을 확보해 지난해 2400만원, 올해 1100만원을 농업에 종사하면서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에게 주고 있다.”

-다른 쌀 품종도 개발했나.
“지금까지 슈퍼쌀 7건을 개발했다. 이들에 대해선 모두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 중 가장 부가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큰 눈 슈퍼자미’다. 가바 등 쌀의 영양·건강성분이 집약돼 있는 쌀눈(배아)의 크기가 일반 쌀보다 1.8배 큰 품종이다. 이보다 쌀눈을 더 키운 ‘왕눈 슈퍼자미’도 2∼3년 내에 상품화할 계획이다.”

류 교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58만 명에 달하는 방송대 졸업생에겐 유명 인사다. 충남 논산의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의 가업 승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중학교 졸업 후 3년간 농사일을 직접 했다. 군대 제대 후 뒤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9급·7급 공무원과 농업연구사로 일했다. 82년 방송대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1회 입학생이 된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충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릴 때 직접 과수농사를 하고, 젊을 때 기술고시에 낙방해 계속 연구생활을 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먹여살리려고(슈퍼쌀 개발) 애를 썼다. 나는 국가 혜택을 많이 본 사람이니까 당연한 일 아닌가.”

그는 99년 방송대 졸업생으론 최초로 방송대 교수로 임용됐다. 논문 수가 60편이나 돼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현재는 논문 수가 120편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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