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6일 토요일

부산 부둣가에서 '金징어' 훔친 전직 선원의 최후

부산 남부민 방파제에 해풍(海風)이 불던 지난 8일 오전 9시 17분쯤이었다. 오징어 채낚기 어선의 선장 박모(64)씨 눈에 석연치 않은 광경이 들어왔다. 배 아래 어창(魚艙)에 있어야 할 냉동 오징어 상자가 갑판 위로 올라와 있었던 것. ‘오징어 도둑’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신고를 접수한 해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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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부산 남부민 방파제에서 오징어를 훔친 한모(58)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고 있다./부산해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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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深夜) 부둣가를 비추던 폐쇄회로(CC)TV에 ‘오징어 도둑’ 한모(58)씨가 포착됐다. 해경에 따르면 한씨는 선원들이 예상보다 일찍 어선으로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 갑판 위에 오징어를 내던지고 달아났다.

한씨의 오징어 도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범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은 지난 5일 새벽 3시 41분부터였다. 그는 당일 도합 5차례에 걸쳐 오징어 잡이 배에 있던 상자 31개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냉동 오징어 250kg으로, 시가 620만원 상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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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오징어 도둑질’에 한번 맛들인 한씨가 현장에 다시 나타날 거라고 판단했다. 그날부터 부둣가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했다. 부둣가 잠복에 돌입한 지 일주일이 훌쩍 넘어가던 지난 21일 오전 9시 50분. ‘오징어 도둑’ 한씨의 스쿠터가 부둣가에 진입했다. 한씨는 부두에서 어물(魚物)이 있을만한 배를 물색하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붙던 해경 4명이 둘러싸자, 한씨는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수갑을 찼다.

한씨는 전직 선원으로, 뱃일을 그만뒀다. 절도 전과만 10여차례였던 그는 오징어를 노렸다. 이 무렵 국산 오징어는 중국 쌍끌이 어선의 무리한 조업과 높아진 수온으로 부쩍 몸 값이 귀해진 상태였다. 수산시장에서는 한 마리에 2만원짜리 오징어까지 등장하면서 ‘금(金)징어’라는 말이 붙었다. 해경 관계자는 "전직 선원인 한씨는 오징어 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바다에 깊이 잠긴(어획량이 무거운) 오징어 배를 발견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씨는 이렇게 훔친 오징어 대부분은 수산물 유통업자에게 처분했다. 훔친 냉동 오징어를 9kg 상자에 나눠 담은 뒤, 상자당 20만원에 팔아 넘는 식이었다. 그는 이렇게 550만원 가량을 거머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부산해양경찰서는 "오징어를 상습적으로 훔친 한씨를 구속했다"며 "동시에 한씨로부터 훔친 오징어를 사간 수산물 유통업자도 쫓고 있다"고 밝혔다.

한씨는 "부둣가에서 우연히 오징어 배가 눈에 띄었을 뿐"이라면서 ‘금징어’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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