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균 코스토리 대표/사진=코스토리 제공 |
작은 벤처기업이 중국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브랜드 스토리다. 코스토리는 '아빠가 딸을 위해 만든 화장품'으로 시작됐다. 김한균 코스토리 대표는 아토피를 앓는 그의 딸을 위해 천연재료로 화장품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이 과정을 블로그에 담았고 입소문을 타자 직접 판매까지 하게 됐다. 그가 2012년 창업에 나서게 된 과정이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딸을 위해서 화장품을 만든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이 '파파레서피다'라고 소개했는데 그 진정성이 통한 것 같다"며 "중국에서 '소파파'(젊은 아빠)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코스토리의 대표 브랜드 파파레서피의 봄비 마스크팩이다. 중국 고객들이 마스크팩을 좋아한다는 점과 유통 측면에서 부피나 무게 등이 유리했다. 현재 중국 내 왓슨스 전매장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처음부터 중국 진출이 쉬웠던 건 아니다. 그는 2년 전 내수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중국 현지에 자본금 1억원을 들여 법인을 설립했지만 곧 폐업을 결정해야 했다. 중국인을 현지 법인장으로 내세웠지만 법인설립부터 위생허가, IP(지적재산권) 등까지 각종 이슈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
그는 포기 대신 '될 때까지 해보자'며 매월 중국 출장을 갔다. 중국의 언어·문화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경영대학원인 장강상학원(CKGSB)에 진학했다. 중국 전지역 화장품 박람회도 모두 참가했다. 심천, 상해, 광저우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직접 마스크팩을 붙이고 중국어 대본을 외워서 홍보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안정적인 수출 판로를 만들어준 중국 파트너를 만나게 됐다. 수년간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그는 "중국 파트너 1000명을 만났다면 999명은 당장 거래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계속 만나고 시도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중국에서 끈질기게 버틴 힘은 화장품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는 창업 이후 대출이나 투자 한 번 받지 않고 현재의 코스토리를 키워냈다.
김 대표는 "투자나 대출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받지 않았다"며 "대신 새벽 3~4시까지 블로거 활동, 프리랜서 기자, 배달 등 알바를 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그의 화장품 관련 경력은 15년에 이른다. 19살 때 화장품 매장 알바로 시작해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연구소, 커머스, 블로그 등을 거쳤다.
자본금 200만원으로 상지대 창업보육센터에서 김 대표 홀로 시작한 코스토리는 현재 서울 강남 신사동과 강원도 원주 두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확장했고 직원수도 40명으로 늘었다. 화장품 품목수도 1가지에서 현재 80가지로, 브랜드도 천연화장품 파파레서피 한 가지에서 색조 'INGA', 남성 화장품 '크로스킨', 여성 고가 화장품 '로즈브라이드' 등 4가지로 넓혔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9월부터는 인도 진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사내벤처와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기관)에도 관심이 많은 김 대표는 예비 혹은 후배 창업가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그는 "창업 초기를 버텨내면서 느꼈던 건 '내가 정말 화장품을 좋아하는구나. 다른 것들을 모두 포기할 수 있구나'였다"며 "트렌드를 따라간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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