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서교동에 있는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 앞. 두요한 선교사가 맨발로 거리에서
섰다. 흰 옷에 커다란 십자가 목걸이를 했다. 그는 이곳에서 큰 목소리로 "회개하라"고 외쳤다. 그는 "하나님이 동성애를 심판할
것"이라면서 "사람이 개만도 못한 행동을 하면, 하나님의 진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반대 시위를 하면서 세월호
사고 유가족을 모욕하더니, 이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면서 여기로 찾아왔다"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두요한 선교사는 "회개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동성애를 혐오하는 시민 10여 명이 '인권중심 사람'을 찾았다. 오후
2시 이곳에서 열리는 '시민인권보호관 제도의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를 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동성애 혐오 시민 200여 명은
지난 20일 서울시민인권헌장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면서 관련 공청회를 무산시킨 바 있다(관련 기사 : 서울인권헌장 공청회, '동성애 반대' 구호로 아수라장).
하지만 사전에 정보를 들은 인권운동가 60여 명이 미리 도착해 이들을 막아섰다. 이들은 동성애
혐오 시민들에게 "동성애나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다루는 토론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성애 혐오 시민들은 "토론회에 들여보내
달라"고 요구하며 인권운동가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여자가 왜 싫어? 거듭나면 천국 간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영원한 교회의 변병탁 목사는 동성애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과 '예수를
믿으라'라고 쓰인 십자가를 들었다. 변 목사는 "하나님은 회개하는 기도를 들어주신다, 동성애라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하나님이 치료할 수 있다"면서 "자식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예수진리교회 박길수 목사는 한 남성 인권운동가에게 "여자가 왜 싫어?
거듭나면 천국에 간다"라고 말해 반발을 불렀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동성애 반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동성애를 인권 차원에서 다룬다고 하지만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10년 안에 에이즈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윤아무개(24)씨는 "동성애자들은 질병인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크다, 이들이 이러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왔다"면서 "동성애자들이 도움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 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권운동가들은 '혐오와 폭력에 반대한다', '인권이 중심인 공간에 '혐오'가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동성애 혐오 시민들을 막았다. 박래군 소장은 "(동성애 혐오세력은) 우리가 이곳에서 인권헌장을
'날치기'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에게 시민인권옹호관 관련 토론회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면서 답답함을 나타냈다. 한
인권운동가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동성애를 모욕하게 두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성애자인 윤가브리엘씨는 "80년대 미국 기독교 보수세력이 동성애를 비판하기 위해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고 했는데, 30년 뒤 한국기독교 보수세력이 똑같은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에이즈는 질병일 뿐, 약을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동성애 혐오 시민들은 인권운동가들과 대치한 뒤 돌아갔다. 이날 토론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최종 확정한다. 동성애 혐오 시민들이 서울시와 인권위 앞에
집회를 신고한 탓에 인권운동가들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