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8일 일요일

귀뚜라미 75마리로 만든 '정글바'···"왜 곤충이냐고?"

스테판 토로트센(왼쪽)과 부이 아달스티안손은 2014년 아이슬란드 최초의 곤충 식품 업체 ‘크로우바 프로틴’을 설립하고 최근 정글바를 출시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사업가 스테판 토로트센(28)은 최근 곤충으로 만든 식품을 출시했다.

미국 등지에서 귀뚜라미 등 식용 곤충 이용한 제품 출시 늘어… 세계 기아 문제 해결할 수도
“우리 할머니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그가 말했다. “우리가 정말로 그 제품을 만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 할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곤충으로 식품을 만든다고? 물론 그렇겠지. 암 그렇고 말고’.”

토 로트센은 2014년 여름 오랜 친구 부이 아달스티안손(26)과 곤충 식품 업체 ‘크로우바 프로틴’을 설립한 후 이와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정글바’다. 크랜베리 맛이 많이 나고 톡 쏘는 뒷맛에 현미와 퀴노아가 들어 있어 쫄깃쫄깃하다. 하지만 주요성분 중에 퀴노아보다 더 이국적인 (아이슬란드에서는 특히 그렇다) 재료가 포함됐다. 바로 귀뚜라미다. 정글바 하나에 무려 75마리의 귀뚜라미가 가루 형태로 들어간다.

크로우바는 생선과 양고기 위주의 지역 식품을 선호하는 아이슬란드에서 곤충을 기반으로 한 식품을 생산하는 최초의 회사다. 게다가 귀뚜라미는 (모기나 대다수 거미와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의 토착 곤충이 아니어서 더 의외다.

토 로트센은 귀뚜라미를 구하는 것(이들은 캐나다의 한 유통업체에서 가루 형태의 귀뚜라미를 구입한다)보다 더 어려웠던 일이 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애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귀뚜라미를 먹고 싶냐고 물을 때 가장 흔하게 듣는 대답은 ‘징그럽다’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그 혐오감의 장벽을 낮춰 사람들이 그것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곤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귀뚜라미는 바퀴벌레나 애벌레, 파리보다 혐오감 지수가 낮았다. 귀뚜라미는 자연에서 살고 울음소리를 내며 징그러운 곤충의 개념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

아달스티안손은 정글바를 마케팅할 때 영양성분을 강조했다. 귀뚜라미 가루는 단백질 함량이 50%를 웃돈다. 미 경제 전문지 패스트 컴퍼니는 미국 식용 곤충 산업의 규모가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이유가 이런 영양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양성분에 더해 친환경적 요소도 설명했다.

“귀 뚜라미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단백질과 철, 칼슘, 비타민 B12, 오메가 3와 6 등 미네랄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그야말로 슈퍼푸드다. 사람들은 곤충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식품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곤충은 단백질 1㎏을 생산할 때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소고기에 비해 거의 20배나 더 높다.”

아시아(특히 중국과 태국)에서는 오랫동안 귀뚜라미가 인기 있는 간식거리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곤충을 먹는 것이 대체로 금지됐다. 미국 솔트레이크시에 사는 수문학자 팻 크라울리(36)는 2012년 귀뚜라미를 주원료로 한 단백질 식품 회사 ‘채펄(Chapul)’을 설립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생태학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축산업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하는 다른 어떤 행동보다 물을 더 많이 소비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귀뚜라미를 서양인의 입맛에 더 잘 맞도록 만드는 방법을 실험했다.

“우리는 귀뚜라미 가루(cricket flour)를 최초로 생산하고 그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크라울리는 말했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즈텍 인디언이 꽤 유사한 실험을 많이 했지만 성공한 건 우리가 최초다. 난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매우 전략적인 방법을 썼던 일본 스시 산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들은 서양인에게 낯선 재료들의 시각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처음 캘리포니아 롤을 만들 때 밥을 바깥쪽에 놓고 말았다. 김을 안쪽으로 감추고 서양인에게 친숙한 아보카도를 넣었다. 우리도 그 방식을 따라 귀뚜라미를 가루로 만들어서 곤충의 외양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크라울리는 2014년 킥스타터에서 소규모의 초기 자금을 모은 뒤 ABC 채널의 인기 리얼리티쇼 ‘샤크 탱크(Shark Tank)’에 출연해 회사를 홍보했다. 투자자 겸 심사위원 중 몇 명은 곤충의 식용화라는 개념을 비웃었다. 그중에서도 심술궂기로 유명한 케빈 오리어리는 크라울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렇게 되받았다. “난 절대 먹지 않을 거요.” 크라울리는 그런 반응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패널리스트 중 가장 부유한 마크 큐번으로부터 5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큐번은 귀뚜라미 바의 맛도 가장 잘 받아들였다. 채펄 바는 고춧가루와 초콜릿을 넣은 아즈텍 바와 생강과 라임을 넣은 타이 바 등 4가지 맛으로 나온다).
정글바 하나에 75마리의 귀뚜라미가 가루 형태로 들어간다. 크랜베리 맛이 나며 현미와 퀴노아가 들어 있어 쫄깃쫄깃하다.
“우 린 당시 ‘샤크 탱크’가 소비자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했다”고 크라울리는 말했다. “그 프로그램에는 5명의 심사위원이 있었는데 그중 2명은 우리 아이디어에 즉각 반대했고 2명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다. 가장 흥미를 보인 사람이 큐번이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회사의 총 매출이 8만 달러였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된 뒤 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단백질 바 업체 엑소의 공동 CEO 그레그 소위츠와 개비 루이스(25)는 2014년 봄 귀뚜라미를 주원료로 한 바를 출시했다. 소위츠 CEO가 매서추세츠 공대(MIT)에서 달라이 라마가 주최한 환경보호에 관한 회의에 참석했을 때 영감을 얻어 두 사람 모두 대학에 재학 중일 때 창업했다. 뉴욕시에 자리 잡은 이 업체는 미국과 싱가포르, 영국에 유통망을 갖고 있다.

“우 리에게 단백질 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루이스 CEO가 말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곤충(특히 귀뚜라미 단백질)을 먹는다는 개념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양한 제품을 연구 중이다.” 루이스 CEO는 앞으로 출시될 제품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이미 귀뚜라미 칩과 쿠키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있다. 사람들이 그런 제품들을 먹는 이유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맛이 있어서다.” 두 사람은 루이스 CEO의 조국인 스코틀랜드를 포함해 국제적으로 유통망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크라울리에 따르면 채펄의 매출은 매년 200%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는 최근 귀뚜라미 가루를 주원료로 한 다목적 베이킹 가루를 출시했다.

DA 300


지 난해 12월 말 정글바의 첫 선적분 1만 개가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현재 이 제품은 캐나다의 한 공장에서 생산된다). 토로트센은 당시 자신과 아달스티안손은 그 제품이 세관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누군가 곤충 성분이 든 식품의 통관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모든 일이 잘 풀렸다.” 그들은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하코이와 정글바 판매 계약을 맺었다. 올해 유럽의 여러 소매업체와 계약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 지만 이들이 다른 주요식품들을 곤충 바로 대체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설교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의 고기 섭취를 줄이려는 게 아니다”고 토로트센은 말했다.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다.”

[출처: 중앙일보] [뉴스위크] 곤충, 맛도 최고 영양가도 최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