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일 수요일

영화 ‘미싱’ 사실로 드러나…美 정부, 제3세계서 미국인 학살 도와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미싱’(Missing)의 소재가 된 1973년 칠레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지지하다 피살된 미국인 2명의 죽음에 미국 정부가 개입한 의혹이 칠레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뉴 욕타임스(NYT)·AP통신은 칠레 호르헤 세페다 판사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쿠데타 후 발생한 미국인 할스 호먼(31)과 프랭크 테루기(24) 피살사건에 전직 미군 해군 대령 레이 E. 데이비스가 개입됐다고 밝혔다고 1일(현지시간) 전했다.

세페 다 판사는 “미국 군 정보부가 칠레 군 장교들에게 이들의 사망으로 이어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세페다 판사는 또 칠레의 퇴역 대령 페드로 에스피노사를 살인 혐의로, 전직 정보부 요원 라파엘 곤살레스를 공범 혐의로 기소하기로 한 결정을 확인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1982년에 제작한 영화 미싱은 아옌데의 중도좌파 정책을 지지하며 미국에 비판적인 소식지를 발행한 언론인 호먼과 테루기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뤘다.영화는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잭 레먼)와 며느리(시시 스페이섹)의 여정을 통해 미국 정부가 칠레 쿠테타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현지에 파견된 미국 관료들이 진실을 밝히려는 희생자 아버지를 설득하며 “시카고에 갱들이 싸우는 사이에 누군가 얼쩡거리다 죽으면 그게 정부 잘못은 아니다”라고 변명을 하자 아버지가 “당신들은 내가 준 세금으로 내 아들을 죽이는 일을 했다”고 절규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1980 년대에 제작된 영화에서는 호먼을 학살한 실체가 드러나지만 징벌은 이뤄지지 않고 어렵게 찾아낸 희생자의 시신을 담은 관이 고향의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했고 칸 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잭 레먼)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미싱은 민주사회를 향한 제3세계의 의지가 세계 경제체제와 강대국의 정치전략에 의해 좌절된 사례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술작품으로 꼽힌다.

미싱은 개봉 당시에 호먼이 피살된 사건에 미국이 연루됐음을 묘사해 미국 국무부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영화와 사건은 한동안 묻혀 있다가 호먼의 부인 조이스가 권좌에서 물러난 피노체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호 먼의 미망인 조이스는 “남편이 살해된 지 40여년 만에 호먼과 테루기 사건이 칠레 법정에서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법원이 수집한 증거기록이 호먼이 왜, 어떻게 표적이 됐는지, 누가 남편의 살해를 지시했는지 등을 밝혀주길 비란다”고 말했다. 호먼과 테루기 측 변호인인 세르지오 코르발란은 “이번 판결은 유족들의 오랜 믿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아옌데 대통령 정부를 무너뜨린 피노체트 집권 후 17년간 인권탄압 피해자가 4만여명, 사망·실종자는 아옌데 대통령을 포함해 3200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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