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0일 금요일
이통사 속도싸움에 체하는 소비자들
지난 19일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5 광대역 LTE-A' 출시와 함께 광대역 LTE-A 서비스 최초 상용화를 밝혔다. 이는 광대역 LTE-A 지원 단말을 국내 이통3사 중 유일하게 SK텔레콤이 우선적으로 공급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삼성전자 해당 단말의 조기출시를 위한 협의를 지속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광대역 LTE-A 지원 단말을 출시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KT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갤럭시S5 광대역 LTE-A' 예약가입을 실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다음주 광대역 LTE-A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비스 상용화 발표와 함께 광대역 LTE-A에 최적화된 데이터·콘텐츠 관련 특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이통3사는 빠른 속도를 앞세워 광대역 LTE-A 서비스를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운로드 속도를 비교했을 때 △LTE 75Mbps △LTE-A·광대역 LTE 150Mbps △광대역 LTE-A 225Mbps다. LTE에서 1GB 영화를 내려받을 때 1분50초가 걸렸다면 LTE-A·광대역LTE에서는 55초, 광대역 LTE-A에서는 37초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이통사들이 강조하는 이 속도는 이론적인 수치일뿐 실제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다. 이론적으로 10MHz 주파수 폭에서 75Mbps 속도 제공이 가능한데, 광대역 LTE-A는 주파수 20MHz 폭와 10MHz 폭을 묶어 총 30MHz 폭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3배 빨라진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완벽한 전파 환경을 구축해 놓은 실험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고객들은 어느 정도 속도로 광대역 LTE-A를 이용할 수 있을까.
이종봉 SK텔레콤 네트워크부문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제 사용 가능 속도에 대해 "지금 내놓은 광대역 LTE-A는 광대역 LTE보다 높은 70~80Mbps 속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이통3사가 광대역 LTE-A를 소비자들에게 광고하고 소개할 때 밝힌 이론적 속도보다 3분의 1 가량 느린 수준이며, 75Mbps의 이론적 LTE 속도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통3사는 이론적 속도만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론적 속도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광대역 LTE-A 단말을 구입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이통사들의 선전을 허위과장 광고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LTE-A에 대한 논란 중 하나가 속도 부분이었다. LTE보다 2배 빠른 150Mbps 속도로 선전했지만, 실제 사용 때는 이보다 현저히 느리다는 것. 이에 대한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논란이 지속되자, 미래부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게 소비자들이 LTE-A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망 구축 현황 등을 알 수 있도록 유통망에서 설명 조치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래부가 발표한 LTE-A 품질 조사에 따르면, 이통3사 평균 LTE-A 속도는 47.2Mbps로 나타났다.
또한, 광대역 LTE-A 가입자는 반년 후 구형폰 사용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이통사는 광대역 LTE-A보다 높은 속도인 300Mbps를 자랑하는 3밴드 주파수묶음기술(CA)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말 국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올해 말 3밴드 CA 지원 단말이 나올 경우, 광대역 LTE-A 단말은 6개월만에 구형폰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갤럭시S5 광대역 LTE-A'에서는 3밴드 CA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갤럭시S5가 지난 3월 출시된 지 2개월만에 광대역 LTE-A가 등장하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말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연말 또는 내년 초에 3밴드 CA가 상용화가 된다면 새로운 단말을 또 구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신규 단말들은 가격대가 높게 책정된다는 것. 이는 현재 출고가 인하 전략과 상반되는 형상이다. 지난 19일 출시된 '갤럭시S5 LTE-A' 출고가는 94만500원으로, 90만원대 스마트폰 가격으로 회귀했다. 지난달 출시한 '팬택 베가 아이언2'와 'LG G3' 출고가는 각각 78만3200원·89만9800원이다. 3밴드 CA 지원 단말의 경우도, 높은 출고가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고가 인하 전략으로 과다보조금 지급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이통사에게는 고민이 되는 요소다. 출고가가 계속 낮아지는 상황이라면 방통위가 규정한 27만원이라는 보조금 상한선을 유지할 수 있지만, 높은 출고가의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27만원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너무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보조금 상한액을 높여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방통위 또한 27일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결국, 이통사 속도싸움에 소비자만 체하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비싸게 주고 산 단말은 1년도 채 안 돼 구형폰으로 전락할 시한부며, 속도 또한 이통사가 밝힌 이론 속도보다 느리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광대역 LTE-A와 관련한 허위과장 광고 등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최대한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이통사에 조치하고, 만일 이를 위반했을 때는 적절한 제재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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