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 전 대표 등 24명 기소
전부인의 생활비, 아버지의 도박빚까지 ‘을’의 처지인 납품업체에 떠넘겨온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갑질’ 행태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23일 방송 론칭과 황금시간대 배정, 백화점 입점 등 각종 편의를 봐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납품업체들한테서 1억33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신헌(61)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신 전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인테리어 공사비를 많이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3억272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이 가운데 2억2599만원을 개인 용도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은 신 전 대표에게 건네야 할 월 상납액(500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개인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허위 공사비를 선불로 당겨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신 전 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7명과 리베이트를 제공한 벤더업체(홈쇼핑과 납품업자를 연결해주는 업체) ㅈ사 대표
김아무개(42)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허아무개(46)씨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 이아무개(50)씨 등
6명을 약식기소했다.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은 납품업체들의 돈을 갖은 수법을 동원해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아무개(49) 전 생활부문장은 헤어진
부인의 생활비 월 300만원을 이들에게 떠넘기고, 하아무개(49) 전 수석 엠디(구매담당자)는 상장이 예상되는 주식을 소개받아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주식을 비싸게 되사달라’고 요구해 4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정아무개(43) 전 엠디는 ‘아버지
도박빚을 갚아야 한다’며 1억5000만원을 받아내고, 2800만원 상당의 그랜저 승용차를 상납받았다.
납품업체들은 홈쇼핑 업체와 자신들을 연결해주는 벤더업체한테도 돈을 뜯겼다. 이들은 영세업체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챙기고 일부는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에게 뒷돈으로 건넸다. 구속 기소된 김 대표는 “나를 통해서만 롯데홈쇼핑에 납품할 수 있다”며
13개 업체에서 약 30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5억6778만원을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에게 상납했다. 검찰 관계자는 “홈쇼핑업체와
벤더업체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관계”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홈쇼핑업계의 진입장벽이 높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반면 납품을 원하는 업체는 중소 영세회사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갑-을관계’를 이용한 비리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렵게 방송에 진입해도 황금시간대를 배정받지 못하면
미리 확보한 재고물량을 소진할 수 없는 ‘선입고’ 구조여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범죄수익을 전액
박탈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전체 리베이트 16억3131만원 중 12억6012만원을 추징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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